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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 저항한다, 서울

(2019 5월 1일, 제1385차 수요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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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일소녀단 김명순, 허정숙 단원

<망각에 저항한다>는 서울과 도쿄에서 ‘위안부’ 문제를 현대의 성폭력 문제와 연결시킴으로써 역사 속 피해를 재인식하고 여성들 간의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모색하고자 하는 퍼포먼스 프로젝트이다. 

폭력의 역사를 망각하는 정신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쉽게 지워버리는 현대의 성폭력 문제와 맞닿아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권력에 저항하고자 한다.
— 내일소녀단

내일소녀단의 <망각에 저항한다>는 서울과 도쿄, 엘에이 글렌데일에서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함께 추모함으로써 여성들 간에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모색하는 퍼포먼스 프로젝트이다. 폭력의 역사를 망각하는 정신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쉽게 지워버리는 현대의 성폭력 문제와 맞닿아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권력에 저항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각 도시에서의 퍼포먼스 뿐 아니라 그 영상 기록물의 제작 및 유포,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일본의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전 과정을 포함한다.

특히,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한 인식과 수용이 첨예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며 우리는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도시의 문맥에 따라 그것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퍼포먼스의 장소, 구성, 안무 뿐 아니라, 내용적인 강조점과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도시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아래에는 서울에서 있었던 퍼포먼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서울 퍼포먼스

서울에서 퍼포먼스를 기획할 때 우리가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은 여성들의 공통된 피해 경험과 자매애를 통해 국가 간의 갈등이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국민 대부분이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알고 있으므로, 문제 자체를 가시화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글렌데일과 도쿄와는 문맥이 현저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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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본인 ‘위안부’를 함께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수요 집회에서 발표하기로 하였다. 이 퍼포먼스는 한국의 여대생들로 구성된 퍼포머들과 <일본인 ‘위안부’ 동상 되기>를 작업해 오신 반전 예술가 요시코 시마다씨와 함께 진행하였다. 마침 우리의 퍼포먼스가 예정된 <제138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집회>는 일본의 천황 즉위식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 일본은 천황력을 쓰는 유일한 국가이다. 예를 들어 2019년 5월 1일 부터 새로운 달력 “레이와 1년”을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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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인 ‘위안부’와 한국 등 피해국의 ‘위안부’에 대한 대우와 차별의 정도는 달랐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시마다씨는 글렌데일에서의 퍼포먼스와 달리 소녀상 옆의 빈 의자 대신에 따로 마련한 의자를 동상 옆에 간격을 두고 비치해 앉아있었다. 글렌데일에서 자매애를 강조하기 위해 평화의 소녀비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았다면, 서울에서는 그 빈 의자가 현재 생존자 분들을 포함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자리이기 때문에 본인이 앉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험과 일본인 피해자들의 경험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도 ‘함께 추모하기’라는 작업의 의의와 별개로 피해자들간의 차이가 섬세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요 집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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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퍼포먼스가 벌어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는 2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시위 현장으로,  1992년 이래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행해지고 있다.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 이행 등 문제 해결 그리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요구하는 이 집회는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주관과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최자인 정의기억연대 (http://www.womenandwar.net)에 신청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우리도 몇번의 사전 답사를 했는데, 참여자/단체에 따라 매주 집회의 분위기가 달랐고 오프닝 노래 <바위 처럼>, 경과 보고, 자유 발언 등의 기본 프로그램 외에 공연이나 강연이 행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집회의 성격을 미리 예상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우리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우리가 참여한 5월 1일은 날씨가 맑은 노동절이었으므로 평소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 집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가 주관하였고 전국 각지의 초등,중,고등학교 학생들, 일본 요코하마에서 온 카페 나비, 마리몬드 등 5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결집했다. 내일소녀단은 퍼포먼스 후 집회의 마지막에 자유 발언문을 낭독하였다. 

  • 우리는 7월 9일에 도쿄 대학 코마바 캠퍼스에서도 ‘망각에 저항한다’ 퍼포먼스를 수행하였다.

    ‘소녀상’과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는 일본에서 퍼포먼스 내용에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국제 교환 학생들과 함께 ‘위안부’를 추모하는 플래카드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고, 우리의 플래카드를 포함해 다양한 언어의 플래카드와 해바라기 꽃,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황동색 의자를 들고 열다섯명의 퍼포머들이 15분 가량 도쿄 대학 캠퍼스를 행진했다. 이 행진이 벌어지는 동안 ‘위안부는 미투다’ 를 주제로한 4컷 만화와 ‘위안부’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는 추천 웹사이트 및 도서가 적혀있는 찌라시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우리의 퍼포먼스는 학교 측에 의해 중지 되었고 그들은 영상 기록물에서 학교가 나온 부분을 삭제하는 등의 요청을 한 상태이다. 아직 학교 측과 분쟁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아 업로드가 지연되고 있다.

* Above is some support messages we got from Korea Cyber Sexual Violence Response Center and Korean American artist Yongsoon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