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내일소녀단 김명순
<망각에 저항한다>는 서울과 도쿄에서 ‘위안부’ 문제를 현대의 성폭력 문제와 연결시킴으로써 역사 속 피해를 재인식하고 여성들 간의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모색하고자 하는 퍼포먼스 프로젝트이다.
내일소녀단의 <망각에 저항한다>는 서울과 도쿄, 엘에이 글렌데일에서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함께 추모함으로써 여성들 간에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모색하는 퍼포먼스 프로젝트이다. 폭력의 역사를 망각하는 정신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쉽게 지워버리는 현대의 성폭력 문제와 맞닿아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권력에 저항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각 도시에서의 퍼포먼스 뿐 아니라 그 영상 기록물의 제작 및 유포,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일본의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전 과정을 포함한다.
특히,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한 인식과 수용이 첨예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며 우리는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도시의 문맥에 따라 그것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퍼포먼스의 장소, 구성, 안무 뿐 아니라, 내용적인 강조점과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도시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아래에는 도쿄의 퍼포먼스에 대해 적어보겠다
도쿄 퍼포먼스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학습할 기회가 거의 없다. 더구나 "위안부"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국가주의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곤 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역사수정주의의 영향으로 "위안부" 여성들의 목소리를 없애려는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많은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위안부"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도쿄에서는 퍼포먼스 외에도 “위안부” 문제에 초심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하고자 했다. 다이칸야마의 AIT(Arts Initiative Tokyo)에서 한일 페미니스트 교류회, 잡지 팔레트와 공동으로 “위안부” 문제를 만화 형식으로 설명한 “위안부가 뭐야?” (「いあんふって何?」) 전단지를 함께 준비했다.
도쿄에서는 퍼포먼스를 무사히 실행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우익의 위협이나 경찰의 저지 없이 퍼포먼스를 안전하게 끝마칠 수 있는 장소에 대해 고민 했다. 다행히 협업 작가 시마다 요시코씨가 동경대의 자신의 수업 <전후 일본의 예술과 페미니즘 (Art and Feminism in Post-war Japan)> 에서 퍼포먼스를 할 수 있도록 내일소녀단을 초대해주었다. 검열을 우려해 퍼포먼스는 사전 공지 없이 진행되었다. 퍼포머는 내일소녀단 대원들, 수업 학생들,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에서 모집한 여성들로 구성되었으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과, 교토와 아오모리 등 타지역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온 일본 여성들을 포함했다.
서울이나 글렌데일과는 퍼포먼스 형식 상 큰 차이가 있었다. 우선 일본에는 ‘소녀상’이 부재하기에 피해자와 그들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나타내기 위해 비슷한 형태의 빈 의자를 활용했다. 이러한 문맥의 변화에 따라, 시마다씨가 직접 금분을 하고 퍼포먼스에 나서는 대신 퍼포먼스의 전반적인 기획에 관여했다.
참여 학생들은 각자의 출신 국가에 따라 다양한 언어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제작했다. 퍼포먼스에는 이 플래카드들과 내일소녀단이 만든 한국어/일본어 메시지의 플래카드가 사용되었다. 캠퍼스 내의 큰 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퍼포먼스는 동경대 코마바 캠퍼스를 15분간 행진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마무리 되었다. 퍼포머들이 캠퍼스를 행진하는 동안 나머지 참여자들은 지나가는 이에게 “위안부”에 대한 교육용 전단지를 나누어주었다.
퍼포먼스를 끝마칠 무렵 캠퍼스 관계자가 찾아와 퍼포먼스와 전단지 배포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시위의 (특히 “위안부” 관련 내용일 때) 허가를 받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우리의 퍼포먼스 몇 주 후,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작에 포함 되었다는 이유로 우익의 협박에 못이겨 트리엔날레의 일부였던 “표현의 부자유전”이 폐쇄 되었다. 전시가 오픈하고 몇 일 안되어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많은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이콧했고, 온라인 상에서는 #표현의부자유상되기 해시태그와 함께 동일한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아 평화의 소녀상처럼 찍은 사진을 게시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고, 우리의 SNS에 게재했다.
“평화의 소녀상” 검열은 단순한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니다.
#metoo를 일본에서도 외치기 시작한 지금, 젊은 세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예전보다 더욱 민감해졌다. 많은 젊은이들이 강간 사건이나 성적 학대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는 사회에 의문을 갖고, 성폭력 문화가 현재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과거에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젊은 세대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과거를 망각하지 않음으로써 한국과 일본 양국이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표현의부자유상되기 아카이브 중에서
내일소녀단은 퍼포먼스를 통해 과거에 일어난 비극을 잊지 않고, 전시간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성폭력에 반대한다.